처음보다 설레고 그때보다 행복해, 호우시절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의 뜻이라고 합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표현한 듯 합니다. 이야기의 대략 적인 줄거리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거나 예상하듯이 이루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던 옛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나는 한국 영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설경구씨와 송윤아씨 주연의 영화 ‘사랑을 놓치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대략적인 스토리가 비슷해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듯 합니다. 이영화는 가을에 맞는 멜로 영화의 등장의 때를 알고 상영하는 좋은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감독이 허진호 감독이라면 아마 저처럼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옛사랑과의 조우라도한 듯 반갑게 이 영화를 선택할 것입니다.
소리를 다루는 감독, 그리고 그가 담아낸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그리고 빗소리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감정 표현을 소리로 대신하여 예술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날은 간다’의 풍경소리와 갈대받의 바람소리, ‘외출’에서 논두렁 태우는 소리, 그리고 ‘행복’에서 바스러지는 낙엽소리 등으로 배우의 감정을 대신 표현했던 부분은 정말 소리에 있어서는 득도를 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감독 특유의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대나무 숲속의 바람소리…그런데 전 이번 작품에서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상의 대나무 숲 바람 소리가 지나갔지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억지로 끼워 맞춰의미를 알 수 없는 공감 없는 허탈함 뿐이였습니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는 무엇일까요? 오히려 영화의 제목과 관련된 빗소리를 더 살렸으면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림 같은 화면, 그림 같은 배우들
많은 사람들이 국내대표 미남 배우하면 주로 장동건씨를 많이들 얘기합니다. 분명 조각 같은 미남이지만 아주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저는 정우성씨가 더 멋있게 느껴집니다. 아, 남자가 봐도 미소이렇게 멋진데 여자들이라면 이남자가 웃으면서 뭔가를 부탁하면 정말 거절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너무나 우월한 모습을 가진 배우다 보니 한편으로 소소함을 주로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의 스크린에서는 다소 이질감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대사가 대부분 영어이다 보니 캐릭터 자체의 성격도 있겠지만 정우성시는 이번 배역에서 다소 경직된 연기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운 영어연기를 하려고하다보니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영어로 들린 것은 저만 그런 걸까요?
멜로영화의 꽃 여주인공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인 듯하네요. 중화권 여배우를 보고 가슴이 설레여본 것은 사춘기 이후 처음인 듯합니다. 그 주인공인 고원원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본 배우입니다. 정말 매력이 넘치고 사랑스러운 배우 같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나무처럼 갸냘픈 듯하면서도 꼿꼿하며 매끈한 느낌, 무엇보다 깔끔하고 청아한 느낌의 여배우입니다. 연기 또한 참 발군에 영어 또한 잘하더군요. 이번 영화로 한국 영화 팬들에게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킬 듯 합니다.
허진호 감독은 소리를 잘 담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특유의 영상미를 구사하는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장소섭외도 예술이지만 정말 소소한 풍경들을 너무나 아름답게 담습니다. 이번 작품은 중국의 골목길과 작은 식당들 그리고 두보초당이 주를 이뤄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들과의 화해라는 ‘호우시절’…볼 것은 많지만 감흥은 없다.
허진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전작들과의 화해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다소 해피엔딩(?)을 보여줍니다. 기존 작품들이 허무함, 우울함, 차가움, 외로움, 씁쓸함으로 점철 됐던 점을 감안하면 희망과 용서, 화해, 이해라는 결론으로 감독의 말과 상통하게됩니다. 그러나 허진호 감독의 팬으로써 이번 작품은 화해라는 메시지보다 배신이라는 단어가 더 가깝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말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의 매력이던 소소한 일상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인감심리에 대한 예술적이고 섬세한 표현, 담담함이 매력인 스토리텔링이 이번 작품에서는 너무나 통속적이고 너무나 작위적이게 저에게는 다가왔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저는 마치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열었는데 속은 텅빈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배우들과 아름다운 배경에 비해 일보후퇴한 듯한 감독의 이 해핀엔딩이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저 혼자만이였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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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우시절 (A Good Rain Knows) 삭제
2011/12/22 20:48TRACKBACK FROM 512아름다운 기억만 떠오르게 하는 달콤한 멜로 영화. 호우시절.‘대학 시절 좋은 감정을 가졌던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나다니?’ 지금의 저에겐 호우시절 같은 로멘스가 일어나긴 힘들듯 합니..